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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수 칼럼

힙스터와 패피를 구별못하는 당신을 위해

힙스터

'힙스터라 쓰고 패피라 읽는 대한민국 젊은이들'

힙스터란 말이 어느새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일반적인 용어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힙스터라는 말 자체가 가지는 원래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힙스터는 그렇게 대중화되어서는 안 되는 말이다. 미국에서 시작되어 우리나라로 넘어온 힙스터 문화! 대부분의 트랜드는 나라를 이동하면 어느 정도 변형이 되기 마련이다. 힙스터 문화 역시도 근래 우리나라로 넘어오면서 왜곡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힙스터는, 힙스터들의 문화란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아보고 그것이 우리나라로 넘어오면서 어떻게 변형되었고 어떤 사회적 현상을 불러오고 있는지 알아보자.

 

1. 힙스터의 유래

JEZZ 팬들로 인해 생긴 힙스터

힙스터(Hipster) 란 말은 원래 아편을 뜻하는 속어 Hop에서 유래했다. 힙스터라는 말은 1940년대 미국의 재즈 광들을 뜻하는 ‘슬랭어’였는데 그것이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그 의미가 변화해온 것으로 지금에 와서는 대중문화와 차별화한 자신만의 소신 있는 문화를 구축하는 이들을 일컫게 이른다. 초창기 힙스터는 어땠을까? 40년대 최초 힙스터들은 거의 대부분 흑인들이 장악했던 재즈음악을 탐닉하고 그들의 음악은 물론이고 대마초 라던지 의상, 말투까지 따라 했기에 그들은 흑인인척 하는 백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이때까지는 어느 특정 문화가 유행하여 젊은이들 사이에 하나의 스페셜 트렌드 처럼 번진 것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시간이 지나 2세대 힙스터들이 등장하며 양상이 달라진다.

 

2. 현대 시대의 2세대 힙스터의 등장

현대 시대의 힙스터들 이라고 해서 우리나라 젊은 친구들을 말하고 싶지는 않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외국의 이야기이다. 근래의 힙스터라고 하면 20~30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서브컬쳐에 심취한 사람들을 일컫는데 미국의 역사를 보면 2세대 힙스터들의 등장배경이 잘 이해가 간다. 1950년대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의 은덕?에 힘입어 그야말로 엄청난 부를 쌓았다.

 

부유했지만 더 고분고분했던 미국의 60~70년대

 

그 이후 미국은 자본주의의 쾌속 질주 성장을 이룩하는데 물질적으로 부유해짐과 동시에 대량생산, 표준화, 매스 미디어의 언론 및 트렌드 장악 등의 우리가 아는 현대화된 사회의 정형화된 모습을 만들어 나아간다. 이 시기의 미국인들은 충성해서 일하면 풍요로웠기에 급격히 자본주의 기업문화 및 대중문화에 편승해간다. 하지만 70~80년대를 지나며 그들은 GDP는 성장했음에도 풍요롭지 못하게 됐고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졌으며 획일화된 문화가 그들을 가두려 했다.

 

힙스터의 시작은 역시나 반항이다.

우리나라도 비슷하지 않은가 약간 타이밍이 한발 늦은 것뿐이지 사실 진행되는 패턴은 너무나도 똑같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 속에 새롭게 자라난 아이들은 이제 성장하여 20~30대가 되었다. 그들은 부모와 달리 풍요 속에서 성장했고 교육도 잘 받았다. 전문직이 많아졌고 일과 인생에 대한 개념도 부모 세대와는 많이 달랐기에 양극화, 불평등, 개성 없는 대중 문화와 물질 만능주의에 반항하는 이들이 늘어났는데 이들이 바로 2세대힙스터들이다.

 

 

3. 힙스터의 특징? 당신은 힙스터인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힙스터는 대중화된 것들과의 차별성을 확보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이렇다 보니 힙스터는 이것을 먹는다. 이런 것을 입는다. 이런 스타일의 패션과 제품을 구매한다는 식으로 그들을 규정하는 것은 상당히 오류가 있으며 부정확 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힙스터들의 문화는 그들의 개념에 입각하여 그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특징들로 어느 정도 윤곽을 잡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럼 힙스터란 사람들의 특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힙스터만의 깊은 멋

 

1) 그들은 트렌드를 거부한다.

그들은 소위 말하는 자본주의 대량 생산에서 비롯된 획일화된 문화, 상품, 철학을 거부한다. 이것은 남들과 구별되는 혹은 우월한 특별함을 추구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이다. 나만의 것과 희소성이 있는 것은 분명 다른 의미인 것이다.

이들은 자신만의 문화를 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중적인 것을 피하고 대량 생산된 것들을 피하다 보니 서브컬쳐를 찾아가게 돼 있고 그러다 보니 남들은 잘 듣지 않는 음악, 영화, 상품을 즐기게 되는 것이다. 프렌차이즈가 아닌 동네 빵집을 찾는 이유도, 명품이 아닌 홍대 쁘띠끄를 찾아가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비롯된 행동들이다.

 

2) 무엇이든 깊게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자신이 좋아하는 문화를 깊게 파는 경향이 있다. 커피한잔을 마셔도 그냥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그것이 어디 산인지 어떻게 로스팅 했는지 어느 특정 로스터리 카페에서 로스팅한 것인지... 심지어 자기가 커피도 로스팅을 한다. 이러한 깊게 파는 현상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대량 생산을 거부하면 선택의 종류는 한정적일 수 밖에 없기에 할 수 있는 것은 깊게 파는 것이다.

 

3)  힙스터는 자신의 철학을 투영한 라이프 스타일과 소비를 추구한다.

그들은 소비도, 생활 패턴도, 가치를 두는 행동에는 모두 자신의 철학을 투영한다.

환경보호를 위해 자전거를 타고, 육식을 거부하기에 채식만 먹고 함께하는 공동체를 살려야 하기에 협동조합을 이용하고, 좋은 일을 하는 기업이기에 응원의 차원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등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있어 되도록 철학적 신념? 이라는걸 투영하고 또 그런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대범함도 보인다.

 

4. 우리나라에 부는 힙스터 붐은 힙스터가 아니다.

힙스터는 남들과 다른 차별성을 기본으로 한다. 그런데 요즘은 그것이 흔하지 않은 B급 문화라기 보다 유니크한 것으로 인식을 하는 경향이 생겼다. 그렇다 보니 힙스터의 패션과 구매 아이템들은 ‘핫’한 것으로 둔갑해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 아이러니다. ‘핫’하다는 것은 곧 트렌드가 된다는 말이다. 그러니 이것을 기업들이 놓칠 리가 없고 그에 맞추어 트렌드 제품을 다시 쏟아낸다. 이는 곧 유행을 선도하는 것처럼 비춰지고 젊은 사람들은 힙스터란 유행을 선도하는 패피쯤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혹은 자신의 철학 없는 라이프 스타일을 감추기 위해 자신만의 유니크한 생각이 있는 척 하는 스노비즘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힙스터=핫트렌드?

하지만 그것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힙스터들의 아이템들은 대중적이지 않기에 유니크하게 보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템에 대해 깊게 파고들어가니 허접하지 않다. 거기다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소비를 하며 행동을 하기 때문에 그것 또한 주체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힙스터의 문화는 대중문화 속에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경험하기 힘든 매력적인 문화로 인식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요즘 젋은 친구들이 힙스터를 추구하는 것이 ‘나쁘다’ ‘좋다’를 말할 것은 못 된다. 그러나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우리의 젋은 세대가 힙스터를 본받겠다고 생각했다면 기업들이 힙스터의 문화를 표방하여 내놓는 상품과 브랜드를 따라 구매만 하고 정작 힙스터가 가지고 있는 주체적인 삶의 방식을 놓치는 소비로만 끝내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이제 잡지를 볼 때 ‘힙스터들의 핫 아이템’ 같은 제목의 글이 있다면 찢어버리길.

신세기 정기수 칼럼 '힙스터에 관하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