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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수 칼럼

포퓰리즘의 뜻, 제대로 알고 쓰자 쫌!

포퓰리즘 뜻 알고 쓰자

포퓰리즘이 궁금한 사람들에게.

포퓰리즘의 뜻이 궁금해서 지금 이 포스팅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냥 검색만 해도 간단한 뜻은 바로 다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을 보고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글을 보고 있으리라 사료된다. 그 이유에 대해서 한가지 추측을 해본다면 원래의 사전적 뜻과 실제 사용하는 자들이 그 말 속에 내포한 포퓰리즘의 뜻, 그러니까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허우대는 멀쩡해가지고’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그대로 직역하면 겉모습이 이상한 곳이 없다. 아니 오히려 ‘상태’가 ‘좋다’라는 뜻이다. 그러나 그 말을 듣는 사람은 그렇게 인지하지 않는다. 말 속에 담긴 맥락은 언어 자체의 뜻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포퓰리즘에 대한 해석이 사람마다 다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고 심지어 그것이 나쁜 말인지 좋은 말인지 조차 구별이 안가는 지경에 다다른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포퓰리즘에 대한 정확한 뜻의 해석과 그것이 어떻게 사회 속에 발현되는지 그리고 포퓰리즘이란 것이 잘못 발현되면 어떻게 되는지 그 예를 들어보고 마지막으로 포퓰리즘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도대체 왜 이 말을 쓰며 어떤 의미를 집어넣어 남발하는지 나름의 해석을 해보려고 한다.

 

 

포퓰리즘 뜻 정의

1. 포퓰리즘의 뜻, 본래의 의미

포퓰리즘은 다른 말로 ‘대중주의’를 뜻한다. 사전을 찾아봐도 정확히 ‘이것’이다 라고 말하는 사전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다소 애매한 말이라는 것이다. 구태여 사전적으로 정의를 해보자면 일단 어원을 따져보면 민중을 뜻하는 라틴어 ‘포풀루스(populus)’에서 유래하였다고 보는 게 맞겠다. 그래서 포퓰리즘은 인민주의, 대중주의라고 하며 ‘대중의 견해와 바람을 대변하고자 하는 정치 사상’ 정도로 정의할 수 있겠다. 이 말이 뜻하는 것은 우리가 너무나도 익숙한 말과 닮아 있다. 바로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를 뜻하는 '데모크라시(democracy)'의 유래가 되는 말도 '데모스(demos)'이며 이 역시 그리스어에서 '인민'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니 포퓰리즘과 민주주의는 어원이 다를 뿐 뜻은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좌파의 꼬리표 포퓰리즘?

2. 포퓰리즘은 좌파의 특징인가?

포퓰리즘은 민주주의, 대중을 위한 정치철학을 가리킨다고 했다. 그렇기에 좌파나, 우파 모두 포포퓰리즘으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우리는 흔히 좌파 정치 세력들에게 포퓰리즘에 대한 꼬리표를 달곤 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포퓰리즘은 대중, 인민을 대변한 정치라고 했다. 그러니 그 인민에 대한 정의가 다를 뿐 포퓰리즘은 어디서나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포퓰리즘은 인민과 그 반대되는 집단을 갈라서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서민과 앨리트 층을 분리하는데 이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 혈통, 종교 등이 구심이 되어 갈라서 생각하는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익대중주의’라는 말도 존재한다.

 

 

포퓰리즘의 오남용

3. 포퓰리즘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가?

포퓰리즘은 본래의 뜻과는 다르게 사용되어왔다. 여러 가지 해석이 있고 또 주장이 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분명 잘못 사용되어 왔고 현 시점에서 보더라도 대부분 나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그럼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가? 대부분의 정치 세력들은 포퓰리즘을 하나의 프레임을 씌우는 도구로 전락시키고 있다.

 

누군가를 포퓰리즘 정치를 하고 있다고 프레임을 씌우는 순간 포퓰리즘의 뜻은 대략 이렇다 ‘대중과 인민을 위한답시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무조건 적으로 대변함으로써 실질적인 대중을 위한 정치가 아닌 그들을 선동하여 자신의 정치적인 입지만을 공고히 하는 정치인’ 이라는 뜻이 된다. 하지만 잘 보자 이 말에 또 어떤 트릭이 있는지. 대중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대변하는 게 정치인이다. 이게 잘못된 것인가? 대중의 지지를 얻고자 그들의 이야기를 대변하는 게 정치인의 본래 습성 아닌가? 이것도 잘못된 것인가? 안 그러는 정치인이 있나? 그렇다 여기서 잘못된 것은 정확하게 한가지를 의미한다. 바로 ‘책임을 못 진다’이다.

 

실력이 없고 대책이 없고 실질적인 대안이 없으면서 대중을 선동하기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누구나 다 느낄 수 있는 일명 디스 (diss)다. 하지만 조심스럽다. 왜 그럴까? 이렇게 디스를 하는 정치인을 잘 보자. 명백히 저런 맥락으로 상대 정치세력을 공략하면서도 화끈하게 대안을 내놓지 않는다. 왜? 자칫 잘못하면 포퓰리즘에 대한 반대적 의미로 다가갔다가 바로 엘리트주의로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당신은 대중들이 원하는 것을 대변하고 있다. 그것에 대해서는 현실성이 없고 잘못된 것인데 당신은 그것을 알면서도 대중이 원한다는 이유로 선동만 하고 있다. 진정 그들을 위하는 정치인이라면 대중을 일깨워주고 설득해야 한다.” 이 말을 포퓰리즘 정치인을 디스하는 다른 정치인이 했다고 치자 그럼  이 말엔 대중이 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그것을 바로잡아줘야 한다는 의미가 있고 그것은 곧 대중은 ‘우매하다’로 자칫 잘못하면 이상하게 연결될 수 있거니와 오해를 받거나 역 공격을 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3. 포퓰리즘이 현실에서 발현되었을 때 좋은가? 나쁜가?

포퓰리즘 자체가 나쁜 의미가 없다고 앞서 이야기했다. 그렇기에 포퓰리즘이 발현되어 어떠한 국가가 이렇게 되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것은 명백히 해석하는 기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부분 예제로 드는 나라들의 경우를 보면 포퓰리즘에 입각한 복지 정책에 있어 어떤 방향으로 했느냐를 두고 말한다. 성공한 예도 있고 실패한 예도 있다.

 

브라질, 노르웨이, 일본 등은 성공한 포퓰리즘의 예로 들고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일명 PIGS로 남유럽 국가들은 실패한 예로 든다. 유럽의 영국과 독일 등은 포퓰리즘으로 힘들다가 다시 일어선 국가의 예로 많이 이야기한다. 바로 이 예제들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서 말한 대로 포퓰리즘을 안 좋게 쓰는 맥락은 바로 실제로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라고 했다.

 

그러니 대중의 편에서 그들을 위해 정치 세력이 힘을 썼을 때 예제로 복지 정책에 어마어마한 돈을 때려 박았을 때 그것을 버틸 수 있는 정책적 백업이 있느냐, 그 나라경제가 버틸 여력이 있느냐, 성장할 동력이 있느냐가 실패한 포퓰리즘인지 성공한 포퓰리즘인지, 더 나아가 포퓰리즘이게 결국 ‘나쁜’ 건지 ‘좋은’ 건지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당신은 포퓰리즘을 추구하는 정치인이다’ 라고 말 할 것이 아니라 이제 ‘당신은 포퓰리즘을 감당할 능력이 없는 정치인이다’라고 말하는 게 정확한 표현이라 생각한다. 저는 여기서 좌파, 우파를 갈라서 어디가 어떻다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럴만한 깜냥도 안됩니다. 정말 깊숙히 실체를 알지도 못하면서 어느 편에 서서 편가르기를 하며 떠드는 말은 그냥 선동일 뿐이니까요. 이제 정치인, 미디어 어디에서든 제발 포퓰리즘이라는 단어를 그냥 비난의 목적으로 사용할게 아니라 더 중요한 본질적인 의미에서 민중을 위해서 그것을 실현 가능케 할 방법과 능력이 있느냐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고 싶은 말

마지막으로 영화 이야기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영화 ‘엽문’, 액션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주인공 엽문이 대결을 할 때 상대 적이 자신의 무술 당파가 더 우월하다는 것을 주장하며 싸움을 걸어오자 엽문은 이런 말을 합니다.

“중요한 건 권법이나 당파가 아니라 당신이 더 얼마나 잘 싸우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