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기수 칼럼

국일제지 그래핀이라 쓰고 비트코인이라 읽는다. [정기수 칼럼]

[신세기 정기수 칼럼]

국일제지 그래핀 왕좌의 게임

 

앗 뜨거워! 핫한 국일제지 주식 폭등

요즘 주식시장 그닥 좋지 않은데 그 중에 가장 핫한 종목 중 하나가 바로 국일제지이다. 그렇다 그 전에 누가 이 기업에 관심이 있었던가~ 국일제지가 뭘 만드는지 그 누가 알았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해냈다. 1,000원짜리 주식이 5배까지 뛴 것이다. 그것도 일순간에 올랐다. 주식 그래프를 보면 마치 이것은 아스달의 ‘대흙벽’이며 왕좌 게임의 ‘얼음장벽’을 상상케 하는 모양이다.

수직 상승하는 국일제지 주가

수직도 이런 수직상승이 없다. 90도로 상승하는 그래프야 뭐 주식 시장에서 희귀한 것도 아니지만 역시나 국일제지는 좀 찜찜하다. 왜냐하면 대부분 그럴 때는 대부분 그럴만한 이유, 즉 뭔가 큰 수주를 했다던가, 정말 대단한 기술을 짜잔 하고 발표를 했다던가. 대단한 기업과 합병을 한다던가 뭐 그런 이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번 게임에서 사람들이 본 것은 희미한 구글이고 희미한 비트코인의 추억이다.

 

우리는 그동안 그래핀에 관심이나 있어나?

국일제지의 자회사가 발표한 것은 그래핀에 관한 효과적인 생산 방식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그래핀에 대해 아시는가? 단언컨대 국일제지라는 핫한 주식정보를 알고는 있어도 그래핀은 잘 모르겠다! 라고 하시는 분들 분명 계시다. 그렇다 분명 국일제지가 발표한 내용은 그래핀인데 우리는 거기서 그래핀을 본 것이 아니라 구글만 본 것이다.

 

그래핀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고 얼마나 향후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왜??? 구글이 저 발표하는 자리에 ‘왜 왔느냐!!’ 가 중요한 것이다. 구글이 정말 관심이 있는 건지, 그냥 관심만 있는 건지, 관심은 있는데 정보만 꿀꺽하려고 온 것인지, 한국에 있는 조카 집에 놀러 왔다가 겸사겸사 들린 건지 누가 아는가?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에 벳팅을 하다. 이쯤 되니 또다시 비트코인이 생각난다...

 

일단 ‘그래핀’ 이란 게 뭔지 알아봅시다.

GRAPHENE 꿈의 신소재

그래핀은 연필을 만들 때 쓰이는 흑연을 뜻하는 그래파이트(graphite)와 탄소이중결합을 가진 분자를 뜻하는 접미사 ‘-ene’를 결합하여 만든 용어다. 그래핀이란건 벌집모양의 육각형의 결정을 가진 탄소의 2차원적인 동소체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서 탄소 원자 1개의 두께로 이루어진 얇은 막을 말하는데, 그 두께는 0.2나노미터(nm)로 100억 분의 2미터(m) 정도로 엄청나게 얇지만, 물리적•화학적 안정성은 높은. 2차원 평면형태를 가지고 있는 물질을 뜻하다.

 

이물질은 이미 수십년 전에 밝혀진 물질인데, 발견만 했지 이렇다 할 진척이 전혀 없다가 2004년 맨체스터 대학의 안드레 가임과 노보셀로프 교수가 스카치 테이프를 이용해 벗겨냄으로써 다시 세간에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급기야 노벨상까지 타게 되었다는 것이다.

스카치 테이프 놀이를 한 것 뿐인데 노벨상까지 주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만큼 그들이 발견한 그래핀이란 것이 엄청난 가능성을 가진 요물이기 때문이다.

 

그래핀은 그 어떤 물질보다 전기, 열 전도율이 높다. 아니 전기가 통할 때 거리적 거리는 것이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 거기에 엄청나게 얇은 것이 누에 보이고 늘어나고 휘어지니 차세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나 충전관련 제품은 물론 바이오 산업까지 적용 안될 분야가 없고 일단 사용된다면 대부분 기존의 성능들을 다 뒤 짚어 엎어놓을 수 있는 수준이다. 그게 그래핀이다.

 

왜 나는 국일제지를 보며 홈즈와 비트코인이 생각날까?

국일제지는 이번 기술발표에서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래핀을 연구하던 기존의 다른 진영에서 확실한 기술을 공개하고 평가를 받으라는 말들이 많이 나왔지만 국일제지 측에서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을 보며 떠오른 것은 여자 스트브잡스로 한때 이름을 날렸던 엘리자베스 홈즈이다.

 

홈즈는 혈액 몇 방울로 70여가지 질병을 진달할 수 있는 알약 크기의 채혈 용기를 개발했다고 주장해 바이오벤처 업계의 신데델라로 떠올랐었는데 그녀의 홍보 능력은 대단해서 여자 스티브잡스를 흉내 내며 (실제로 옷도 똑같이 깜장 면 티 옷을 입었다) 이미지 메이킹을 성공시킴으로써 엄청난 투자를 유치하고 결국 거짓임이 드러나며 범죄자가 되었다.

 

물론 국일제지가 이와 같이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는 말은 절대! 절대 아니다. 하지만 구글이 함께 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구글과 무언가 있는 것으로 홍보를 하는 것, 그래서 사람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보며 홈즈와 비트코인이 떠올랐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이미 지난 비트코인 열풍 시즌을 몸소 체험했다. 그 두리뭉실한 비트코인 개발 설명에도 전혀 흔들림 없이 가즈아~를 외쳤었다. 비트코인은 분명 잘 활용하면 혁신적인 발전을 불러올 수 있는 기술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우리의 투기 열풍은 그런 비트코인 기술의 가치를 역풍과 함께 지워버리지 않았는가? 그래서 진짜 걱정은 그래핀도 비트코인처럼 당장의 투자수익 대상으로써만 여겨지다 성급한 판단으로 지워버릴까 염려된다는 것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푼돈과 개미가 구글을 이길 수 있을 까?

턱없이 부족한 국내 신소재 개발 투자

국일제지의 주식 소식을 접하며 동시에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일본의 경제 보복관련 소식들이다. 일본과의 국제 관계 및 우리의 외교적 상황을 다 논하기는 힘드니 자세한 내용은 스킵하고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런 와중에 정부에서 말하는 솔루션들이다. 그 중 하나가 앞으로 이런 식의 제제조치에 흔들리지 않도록 자체 생산 기술을 키우고 육성하는데 매년 1조원을 투자하자는 내용이다.

 

1조원은 분명 큰돈이다. 하지만 구글이 한해 연구 비용으로 얼마를 쓰는지 아는가?  아니 멀리 안가고 국내 기업 중 삼성만해도 연구 개발에만 17조 이상을 쏟아 붓고 있다. 1조는 이들 앞에서 너무 초라해 보인다. 그래서 걱정이다 정부의 이런 초라하지만 야심찬 투자와 개미들의 비트코인식 묻지마 투자가 과연 우리에게 그래핀이라는 ‘미래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안겨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다.

 

개미들의 비트코인식 투자도 좋고 정부의 소소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투자 정책도 좋다. 없는 것 보다는 나으니까 그러나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국일제지 하나의 캔들로 밝히기엔 산업 시장 전체가 너무 어둡기 때문이다. 워렌 버핏은 말했다. ‘가치에 투자 하라’고 지금 우리는 당장의 수익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늦었다고 생각할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반드시 되돌아봐야 한다는 게 오늘의 핵심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으면 다시 소를 못 키웁니다.’

 

[정기수 칼럼 ‘그래핀이라 쓰고 비트코인이라 읽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