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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수 칼럼

나랏말싸미 역사왜곡?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나랏말싸미 역사왜곡

나랏말싸미 역사왜곡의 핵심 정리

7월 24일 개봉한 영화 ‘나랏말사미’는 세종대왕의 한글창제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송광호, 고인이 된 전미선 그리고 박해일 이렇게 살인의 추억 3인이 다시 출연해 화재가 되기도 한 영화이다. 그런데 이 영화가 상영된 직후 바로 화재가 된 것은 영화의 재미나 흥행 돌풍 같은 것이 아니라 역사왜곡 논란이다.

 

역사 왜곡의 핵심 내용을 보면 이렇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직접 창제한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역사학적으로도 이미 검증된 사실인데 이것을 왜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 만든 것으로 전락시키냐는 것이다. 실제로 영화에 등장하는 스님 ‘신미’라는 인물에 관한 내용은 정확히 검증되지도 않고 극히 소수에 의견으로 도움을 줬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수준도 안 되는 이야기인데 이것을 마치 숨겨진 진실인 냥 영화는 그렇게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다 영화 초반

'다양한 훈민정음 창제설 중 하나일 뿐'이라는 자막을 넣었는데 뒤에 감독의 발언이 “나로서는 넣고 싶지 않은 자막일 수도 있으나 그 누구도 역사에 대한 평가나 판단 앞에서는 겸허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관점에서 그런 자막을 넣은 것 같다.

라는 식으로 나오니 감독은 이것이 허구를 넣어 재미있게 만들고 다양한 시각을 제공한다는 측면이 아닌 숨겨진 진실을 밝히고 싶었다는 식의 뉘앙스를 풍김으로써 감독 자체도 역사 왜곡을 하려고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어느 역사 강사의 홍보 영상이 있었는데 (지금은 삭제됨) 역사 강사가 홍보함으로써 더욱 진실로 받아들여질 위험이 있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나랏말싸미 역사왜곡

정말 이게 논란의 대상인가?

이번 영화 ‘나랏말싸미 역사왜곡 논란’을 접하며 사실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었다. 도대체 역사왜곡이 없는 영화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영화 리뷰들을 보면 더 어처구니 없다. “영화는 다큐가 아니기에 어느 정도 감안하고 보는데도... 너무나 왜곡이 심해 불쾌하다.”는 식의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척 하는 리뷰들이 대다수다. 다큐가 아닌데 왜 왜곡을 입에 담는 건가? 이것이 애니메이션임은 인정하나 남극 펭귄 뽀로로와 북극곰 포비는 같이 있을 수 없는 거 아니냐며 따지는 것과 뭐가 다른가?

 

수많은 사극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만들어져 왔다.  광해를 보라 시대적 상황만 놓고 나머지는 그냥 다 허구다. 거기다 대고 이런 말을 하던가? 영화는 첫째도 둘째도 재미와 감동이다. 역사를 비틀어서 만들어봤는데... 그냥 그만큼의 재미와 신선함 같은 게 없었던 거다. ‘신미’라는 스님을 억지스럽게 넣었는데 우리의 세종대왕에 대한 어마어마하게 두꺼운 편견을 깰 정도로! 그정도로는 못 만든 것이다. 영화를 만드는 감독도, 제작사도 다 알고 있었던 거고 위험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을 터. 역시나 그것을 뛰어넘을 만큼 영화를 임팩트 있게 못 만든 것 뿐이다.

 

영화의 감정팔이 사상팔이

진짜 왜곡 된 것은 영화에서 진실을 찾는 관객이다.

언제부턴가 한국 영화는 영화 이외의 것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심형래 감독의 ‘디워’를 보자 영화를 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애국심을 요구했다. 그뿐인가 요즘 뻑하면 나오는 80년대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영화들은 ‘민주주의 의식’을, 일제 시대 영화들은 ‘반일감정’과 애국심에 호소를 한다. 영화를 영화로 풀지 않고 그 외의 다른 것에 의존하면 할수록 영화는 쓰레기가 되어가기 마련이다. 그것은 고스란히 관객에게 돌아와서 결국 볼 영화가 없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영화 감정 팔이 사태가 역사 왜곡과는 무슨 상관인가?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매우 상관이 있다. 그것은 이러한 영화들의 감정 팔이 때문에 관객들이 어느 순간부턴가 영화에서 진실을 찾고자 한다는 것이다. 마치 세상에서 하는 말, 우리가 듣고 배우는 교과서나 책보다 영화가 더 진실을 이야기한다는 식이다. 그러니 세종대왕을 다루는 영화가 우리의 신념에 맞게 똑바로 위인전답게 그려져야 하고 역사적으로 정확한 사실이 아닌 것을 그리면 언짢아지는 것이다.

 

아닌가? 영화에서 세종대왕은 어쩌면 외계인이었을지도 모른다고 하면 어떤가? 역사적으로 왕들은 그렇지 못했는데 한 인간이 이렇게 많은 업적을 그것도 과학적으로 뛰어난 업적을 남길 수 없다며 사실은 외계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발칙한 상상으로 영화를 만든다면 뭐라 할 것인가? 그때도 애들이 보면 역사왜곡 때문에 교육에 안 좋다고 할 건가? 나랏말싸미 이 영화가 별로인 것은 발칙한 상상으로 이야기를 그리는데 그럼에도 땡기는 그 솔깃함을 못 만들어낸... 그냥 못 만든 것이고 역사 왜곡을 부르짖는 우리는 그냥 영화를 보는 우리의 눈이 왜곡된 것이다.

 

나랏말싸미 역사 왜곡 논란이 주는 교훈

우리는 봐 왔지 않는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이 정권들을 지나오며 이제는 알지 않는가? 얼마나 잘못된 수많은 왜곡된 정보들이 우리를 세뇌해 왔는지를. 그것들이 가장 무서운 이유는 획일화된 시각으로 획일화된 개념으로 다른 사고를 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표현의 자유가 지금 이순간에도 완전히 보장되지 않은 대한민국이다.

 

이러한 시장에서 우리는 영화가 획일화되는 것을 두려워해야지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해석하는 것을 지적할 겨를이 없다. 마녀사냥처럼 누가 그렇다더라 라고 하면 우루루 생각없이 마치 큰일이나 난것 처럼  돌을 던지는...그런 걸 할 겨를이 없다. 거기다 영화가 영화로 말을 해야지 이미지 팔이, 애국심 팔이, 사상 팔이 따위 하고 있으면 그 딴거 하지 못하게 하고 영화나 잘 만들라고 쓴소리 하기도 바쁘다. 그러니  지금 이순간 ‘역사 왜곡했으니 안본다’ 식의 평가는 과연 우리에게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영화는 감독이 만들지만 영화 시장의 흐름은 결국 관객이 만든다’

 

신세기 정기수 칼럼 ‘영화 나랏말싸미 역사 왜곡 논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