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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미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의 공포 (리뷰)

미드 체르노빌

미드 체르노빌은 내겐 공포영화였다.

HBO의 미드는 정말 믿고 본다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작품들을 내놓고 있다. 인생 미드 중에 하나인 왕좌의 게임도 그렇고 이번에 보게 된 체르노빌도 그렇고 이걸 우리나라가 도무지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인가 싶다. 얼마 전 한국판 왕좌의 게임을 선언한 ‘아스달 연대기’도 그렇고 미드를 수입해 리메이크한 ‘60일 지정생존자’도 그렇고 드라마 자체로는 나름 재미있게 봤지만 원작들과 비교하면 좀 민망한 건 사실이다.

 

아무튼 이번에 미드 체르노빌을 보고 느낀 것은 잘 만들었다는 느낌이나 감동 뭐 그런 것 보다 압도적으로 느껴지는 공포였다. 왜일까? 그것은 원자력 발전소라는 것 자체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닌 바로 나와 나의 가족이 사는 대한민국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미친 몰입감 미드 체르노빌 리뷰 시작

 

 

미드 체르노빌 리뷰
미드 체르노빌 리뷰

미드 체르노빌 스토리 요약 (리뷰)

미드 체르노빌의 스토리를 간략하게 축약하면 (안보신 분들을 위해 스포는 최소한으로) 이렇다. 미드 체르노빌은 실제 소련 그러니까 소비에트 연방국이었던 그 시절 체르노빌에서 있었던 실제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를 다루고 있는데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난 직후의 사고 처리 과정을 담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드라마이다.

 

드라마는 체르노빌 사태 때 그곳의 사고 조사와 수습을 위해 파견되었던 과학자 발레리 레가조프가 지난 날을 회고하며 자살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데 드라마는 다시 체르노빌 사태가 있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폭발 사고가 나는 과정과 그곳에 투입된 과학자 레가조프와 셰르비나 (관료)가 많은 사람들과 함께 그곳에서 폭발 이후 사태를 수습하고 이후 법정에서 이 사건의 진실을 증언하는 시점까지를 그린다. 사실 드라마 전개는 그렇게 드라마틱하지는 않다. 뭐 실화를 바탕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 보는데 중요한 것은 시나리오가 드라마틱하지 않는데도 그 생생함의 전달 강도가 워낙 디테일하고 연출이 잘돼서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미드 체르노빌의 사고 발전소

미드 체르노빌의 인물들 그리고 고증

<출연진>

미드 체르노빌 출연진 (주인공 3인방)을 소개

발레리 레가조프 역 (자레드 해리스)

울나라 호뮤크 역 (에밀리 왓슨)

보리스 셰르비나 역 (스텔란 스카스가드)

미드 체르노빌 간지나는 간부
미드 체르노빌 정의의 여성 과학자
미드 체르노빌 용감한 과학자

 미드 체르노빌은 1986년 4월 실제로 있었던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다룬 작품이다. 그렇기에 등장인물들도 대부분(다는 아니다) 실존 인물들이고 대부분의 내용이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그려지고 있다. 주요 인물 중 여성 원자력 전문가로 호뮤크가 가상인물이고 나머지는 다 실존 인물이다. 그러나 체르노빌 원전 사태 이후 소련 내부에서도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많은 과학자들의 증언과 노력이 있었다고 하며 HBO 측에서는 그러한 과학자들을 대변하기 위한 인물로 호뮤크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뭐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실존 인물이 캐릭터에 사용되었다고 해서 꼭 사실과 같으란 법은 없기에 조금씩 사실과 다르게 연출된 내용들이 있다고 한다. 극중에 나오는 석탄부 장관 같은 경우 땅굴 작업에 투입할 광부들을 찾아가 지령을 내리는 장면이 강압적으로 표현됐지만 실제로는 광부 출신이라 그들을 사지로 모는 것 자체를 반대했다고 한다.

 

 

미드 체르노빌 광부 소집 장면

 

극의 주인공 레가조프 역시 정부 편에 서지 않고 법정에서 증언한 이유로 마지막에 KGB에게 협박 받으며 한직으로 (아우지 탄광 급?) 끌려갈 것처럼 나오지만 사실은 모스크바 국립대 원자학 학부 의장 및 쿠르챠토프 원자에너지 연구소 부소장 등을 지내며 바쁘게 살았다고 한다. 다만 피폭 증세로 몸이 쇠약해지고 내부 고발 2년뒤 자살을 한 것은 사실이다.

 

미드 체르노빌의 히어로 레가조프
미드 체르노빌의 물귀신 셰르비나

 또 미드 체르노빌은 엄청난 고증을 했다고 전해지는데 실 예로 당시의 체르노빌 모습을 비슷하게 재현하기 위해 사고가 났던 우크라이나와 리투아니아 등지에서 찍었으며 당시 건물들을 보여주기 위해 소비에트 연방 공화국 시절 건축된 건물들에서 촬영을 했다고 전해진다. 그 외에도 디테일들이 살아있는데 드라마에서 엄청나게 많이 나온 차량들의 모델은 물론 번호판까지도 군용, 민간인용 구별하여 똑같이 했다고 한다. 의상도 당시 군인 복장 등을 똑같이 재연했고 주인공이 낀 안경까지도 미군의 GI 안경처럼 조금은 촌스런 당시의 패션을 잘 재현했다.

 

미드 체르노빌

실제 체르노빌 원전 사태는 어땠을까?

드라마를 보는 내내 저게 우리나라라면 정말 끔찍하다는 생각을 했다. 뭐 남의 나라라고 그래도 된다는 것은 아니고 그냥 본능적으로 공포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드라마 상에서는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현장에서 죽고, 수습하는 단계에서 또 죽고, 그 이후에도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피폭으로 인해 죽어가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그럼 실제 피해는 어땠을까?

 

당시 소비에트 연방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최초 폭발로 2명이 사망하고 그 뒤 수주 내에 28명의 엔지어어와 소방관이 방사는 노출로 인해 질병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고 폭발 당시에 약 600여명의 직원이 인근에서 일하고 있었기에 134명이 방사능 노출로 인한 질병을 앓았다고 하는데

 

잠재적인 피해에 대해서는 기관마다 상당히 다르게 추산하고 있다고 한다. UN에서는 4천명이라고 하고 그린피스는 9만 3천명이라고 한다. 확실한 것은 인근에 살았던 주민들의 암 발생율이 현저하게 늘었고 기형아 및 선천성 질병을 갖고 태어나는 아이들도 증가했다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의 원리

원자력 발전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데?

사실 미드를 보면서도 원자력 발전에 대해 무지하기에 막연한 공포가 더 무서웠던 것 같다. 원자력 발전소의 원리는 뭘까? 이 기회에 간단하게 알아보자. 학술적으로 디테일하게 다루는 것은 어렵고 쉽게 말해서 태양열을 제외한 모든 발전소의 원리는 동일한데 바로 증기를 이용해 대형 터빈(프로펠러)을 돌려서 그 회전에 의해 전기를 얻는다.

 

그럼 이 증기는 어떻게 얻느냐! 원자력 발전소는 핵분열 과정에서 열이 나는 것을 이용해 물을 끓여서 증기를 만드는 것이다. 그럼 핵 분열은 뭔가? (갈수록 어렵군) 모든 물질의 바탕이 되는 원자는 안정해지려는 경향이 있다,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처럼 핵 자체가 무거운 원자는 안정해지기 위해 자연상태에서 계속 분열하는데 원자핵이 분열을 할 때는 2~3개의 중성자와 많은 에너지가 나오는데 튀어나온 중성자가 또 다른 원자핵과 부딪쳐 또 중성자를 쏟아내고 이것이 엄청나게 반복해서 미친 듯이 분열을 하는 것이 바로 핵분열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은 제어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 사고가 날 위험은 없는데 체르노빌 뿐 아니라 옆 나라 일본이 그랬듯 사고 혹은 지진 같은 재난을 당했을 때 이 핵 분열을 제어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면 정말 재앙에 가까운 사태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특히나 무슨 폭발처럼 한번 피해를 보고 끝나지도 않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이 원전 사고의 특징이다.

 

 

대한민국 원전 안녕하신가?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을 생각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업 운전중인 원자력 발전소는 모두 4곳이고 가동중인 원자로는 24기다. 그리고 현재 2기는 정지 중이고 4기는 건설 중이며 1기는 시운전 중이다. 정지 중인 것 외 모두 가동된다면 29기가 운영되게 된다. 발전량으로는 세계 6위이며 한국 내 전체 전기 생산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기술력도 좋은 편인데 한국수력원자력은 세계 2위?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원전 줄이기 정책이 있다고 해도 이를 두고 많은 기관과 국민들의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어찌 됐든 원전은 빠른 시간 안에 사라지기 쉽지 않고 우리는 언제든 체르노빌과 같은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는 그냥 둬도 위험하고 계속 가도 위험하고 핵 폐기물 또한 어찌 처리해야 되는지 답도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사용 후 핵연료 즉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방사성 농도가 높아 최소 10만년은 생태계에서 완전 격리해 보관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핵연료 중간저장시설도 영구처분시설도 없이 1만5000톤이 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각 원전 건식 저장시설에 쌓아놓고 있고 35년째 답을 못 찾고 있다고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저장고가 포화가 되어 10~20년 정도면 원전을 중단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문제는 여야, 좌우 이념이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인 우리의 미래가 달린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이념을 떼어 놓고 봐도 답이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 체르노빌 사태를 수습할 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당시 구 소련의 상황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미드 체르노빌

진정한 공포영화 미드 체르노빌

우리나라는 정말 조그만 나라다. 차로 밟으면 한나절이면 서울부터 해남까지 가는 그런 작은 나라, 일본은 길~기라도 하지, 정말 우리는 원전 한방이면 골로 갈 것인데 4개의 발전소에서 24기나 운영되고 있으니 미드 체르노빌을 보는데 공포영화로 보이지 않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더욱이 체르노빌에 보면 정부가 얼마나 진실을 감추고 왜곡하는가? 드라마니까 그런다고? 옆 나라 일본을 보자. 체르노빌은 30년전 이야기인데 아직도 출입금지 이거늘 일본은 벌써 정화됐다느니 올림픽을 그 땅 위에서 하겠다느니 저러고 있다. 우리라고 안 그럴까? 우리나라 정부가 제일 잘하는 게 국민에 대한 기만 아니 던가.

 

사태 수습도 솔직히 말해 일본이니까 저 정도인 것이다. 실제로 우리보다 자본도, 장비도, 기술도 더 많은 일본이지만 원전 하나에 쑥대밭이 됐고 그것을 막지도 못했다. 그 뿐인가? 국민성을 봐도 그렇다. 소련이야 그렇다 치고 일본처럼 자유주의 국가 중 정부 말 잘 듣고 언론 통제 잘 따르고 믿는 민족이 어디 있는가? 정말 미련하리만큼 정부에서 하라는 대로 하는 민족 아닌가! 그런데 우리나라? 하... 정말 아비규환이 따로 없을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미드 체르노빌을 보고 느낀 것은 드라마 밖의 현실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였다는 것이다.

 

신세기 정기수 ‘미드 체르노빌 리뷰’ 끝